코로나19 시대라도 기억해! 2020 FW 백스테이지 트렌드
무심해 보이는 백스테이지 메이크업 뒤에는 아티스트들의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다. 2020 F/W에서 찾은 뷰티 코드는?
여리여리한 윤기가 스민 베어 스킨 트렌드는 이번에도 지속될 전망. J.W. 앤더슨, 보스, 지암바티스타 발리, 구찌까지 내추럴 코드를 향한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애정 공세는 여전히 뜨거웠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지난 몇 시즌 동안 ‘뭔가를 바른 것처럼 보이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바르지 않겠다’며 노 메이크업을 선언한 것처럼 자연스럽지만 ‘예쁨’이 묻어나기란 쉽지 않다. ‘세련됐지만 간결하고, 완벽하지만 절대 인위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역설적 난제에 대한 이번 시즌 해답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히로미 우메다는 ‘언더 톤’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창백하거나, 붉거나, 올리브빛이 감돌거나! 미묘하게 다른 피부 고유의 색을 한 치의 오차 없이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앤 드뮐미스터의 백스테이지는 흡사 미술 시간을 방불케 하는 ‘웃픈’ 광경이 펼쳐졌다. 온갖 셰이드를 한자리에 모아두고는 이것저것 믹스하는 것도 모자라 부위별로 다른 미세한 차이까지 캐치할 만큼 섬세한 커스터마이징을 거친 후, 부분적으로 윤기를 더해 연출한 노력의 산물! 말랑말랑하고 윤택한 피부가 돋보였던 시스 마잔에서 찾은 방법은 수분 레이어링이다. 로션과 오일을 시간 차를 두고 바른 뒤 완벽히 흡수될 때까지 마사지해 피부 컨디션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덕분에 별다른 기교 없이도 예쁜 피부 표현이 가능했다. 그런가 하면 메이크업 아티스트 톰 페슈는 브랜든 맥스웰 쇼를 위해 온갖 질감의 베이스부터 립글로스, 마스카라, 아이라인 등을 동원했지만 최소한으로 터치해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살렸다. 흥미로운 건 모델의 생김새마다 다른 조합으로 사용해 모델 각자의 매력이 가장 돋보이게 연출했다는 점. 여성이 지닌 본연의 아름다움을 끌어내기 위해 #MLBB, 즉 My ‘Look’ But Better의 방식을 선택한 셈이다. 이처럼 이번 시즌 전반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절제’와 ‘고유성’이다. 과감하거나 실험적인 메이크업보다는 각자의 매력을 살리는 섬세한 터치가 필요한 때.
컬러 섀도로 눈가를 현란하게 장식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번 시즌에는 눈두덩을 도화지 삼아 간결하고 테크니컬한 라인을 그리는 것이 대세. 마크 제이콥스와 사카이 컬렉션이 약속한 것처럼 눈꼬리를 날렵하게 끌어 올렸다. 한물간 줄로만 알았던 캐츠 아이가 되돌아올 줄 그 누가 예상했을까? 여기에 약간의 위트를 더해 점막이 아닌 쌍꺼풀 라인을 따라 그린 스텔라 매카트니 식의 아이 포인트는 ‘아이라인은 진부하다’는 선입견을 단번에 없애줄 만큼 눈길을 끈다. 한편 랙앤본의 모델들을 위해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지 알렉산더는 날렵하고 건축적인 실루엣을 선택했는데, 언뜻 평범해 보이는 아이라인 한쪽을 그리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20분. 뉴욕의 스카이라인에서 착안한 디자인인 만큼 그 맛(?)을 살리기 위해 면봉과 브러시로 다듬고 덧그리기를 반복했기 때문! 하지만 누가 뭐래도 에디터의 마음을 녹인 건 디올이 선택한 방식이다. 언더라인에 섬세하게 그린 블랙 라인 한 줄이 얼마나 분위기를 돋우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예다.
프라다 쇼에 선 지지 하디드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는 움직일 때마다 반짝이는 글리터 포인트 때문이다. 섀도도 아니고, 아이라인도 아닌 이 신박한 메이크업이란! 금박을 트위저로 하나씩 집어 아이라인을 그리듯 눈가에 장식한 아딤의 연출도 한 번쯤 시도하기 좋은 예. 쫀쫀한 질감의 멀티 밤을 녹여 눈두덩에 톡톡 바른 뒤 메이크업하면 지속력을 배가할 수 있다. 단, “볼드한 입자의 글리터라면 어떤 컬러나 음영도 배제한 채 아주 소량의 파운데이션과 컨실러만 사용해야 한다”는 나스의 글로벌 아티스트리 디렉터 사다 이토의 조언을 잊지 말자. 이 정도로는 아쉬움이 달래지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끝판왕은 따로 있다. 2000년대 초, 우리가 열광했던 테크노 바이브가 느껴지는 GCDS의 메탈릭한 립과 크리스털 조각을 눈가로 빙 둘러버린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시선 강탈 메이크업.
빛바랜 셰이드도, 2가지 컬러를 섞어 바르는 방식도, 번지고 흐트러뜨려 연출했던 미완의 아름다움도 이제는 모두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다. 몇 시즌째 우리가 집착했던 립 메이크업 공식은 완벽하게 지워도 좋다. 말간 얼굴에 농염한 레드 립 하나로 포인트를 더하는 레트로 클래식이 돌아왔다. 흑백영화 속 여주인공들이 발랐을 법한 딥 레드부터 토마토, 번트, 플럼 컬러까지! 농염하고 관능적인 컬러라면 어떤 질감이어도 좋다. 아우트라인을 정교하게 그린 풀 립이라는 전제하에!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리드 아티스트 톰 페슈는 레드 립 하나만으로 파워풀한 메이크업을 완성했다. ‘레드는 가장 클래식한 메이크업인 동시에 이번 시즌의 트렌디한 메이크업’이라며 블랙 드레스에 비유했는데,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이며 어느 것도 대체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로다테의 아티스트로 활약한 제임스 칼리아도스가 선택한 건 플럼 립. 입술의 큐피드 라인부터 입꼬리까지 점을 찍듯이 그리고 연결한 뒤, 나스의 벨벳 매트 립펜슬 ‘트레인 블루’ 컬러로 꼼꼼히 채워 발랐다. 다크 체리 컬러로 물들인 씽카셉트의 ‘느와르 립’까지! 클래식은 영원하다.
런웨이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이번 2020 F/W 시즌 모델들은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몽클레르 지니어스는 1960년대의 아이콘, 베루슈카와 페기 모핏을 떠올리게 하는 버그 아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런가 하면 프라발 구룽은 시대별 뷰티 코드를 한자리에 모았다. 1920년대의 데카당스를 창백한 피부와 가는 눈썹으로 표현하고, 30년대의 상징 그레타 가르보의 몽환적 분위기를 오마주했으며, 50년대의 볼드 브로까지! 한자리에서 시대별 뷰티 코드를 한눈에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같은 90년대를 그렸지만 빛바랜 듯 빈티지한 섀도와 아이라인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미쏘니 식의 메이크업과 볼드한 레드 립, 파스텔 섀도로 화려하게 연출한 미미 웨이드의 대결 구도를 살피는 것도 이번 시즌의 ‘꿀잼’ 포인트.
은밀하고 잔잔히, 하지만 완성된 후에는 폭발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소프트 글래머 룩에 취해보자. 블랙, 그레이 등 진부한 컬러를 밀어내고 잔잔한 시머 입자와 온기가 스민 소프트 컬러가 눈가를 물들였다. 오렌지와 베이지 컬러를 5:5 비율로 더한 듯이 포근한 색감은 두 뺨과 입술에도 살포시 내려앉았는데, ‘발랐다고 해야 하나, 아니라고 해야 하나?’ 싶을 만큼 스치듯 연출하는 것이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한 방. 양 조절에 실패하면 때 아닌 베이크드 룩처럼 보이는 건 한순간이다.
발망, 에르뎀, J.W. 앤더슨, 로에베, 발렌티노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숨 가쁠 정도로 수많은 디자이너의 쇼에서 젠더리스 코드가 등장했다. 1980년대와 9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를 담은 듯 감정을 절제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런웨이를 걸어 나오는 모델들에게서 찾은 공통분모가 있었으니, 윤기와 웨트 헤어를 오가는 질감과 극단적인 가르마다. 그리고 이를 완벽하게 만들어줄 마지막 터치는 바람이 한 차례 지나간 듯 같은 방향으로 쓸어 넘긴 결, 풍성한 숱과 적당히 두툼한 두께, 시원하게 쭉 뻗은 실루엣의 와일드한 눈썹!
우리 모두가 리본의 사랑스러움을 안다. 다만 지나치게 여성스러워 보이는 게 두렵거나, 화려함을 걱정하거나 어쩌면 리본은 10대 소녀의 전유물이라고 선을 그을 뿐! 그러나 이번 시즌 리본은 좀 다르다. 룰은 오직 한 개의 리본만 허용하는 것. 벨벳, 새틴 등 소재감을 살린 리본은 묶은 머리, 업스타일, 땋은 머리 모든 곳에 어울리지만,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하프업 헤어를 고르겠다. 1970년대 프렌치 걸이 떠오르는 샤넬의 소녀들을 보는 순간, 고민은 끝났다.
지난 시즌의 속눈썹이 과감하고 기상천외한 모습이었다면, 이번 시즌에는 속눈썹 한올 한올에 공을 들이는 것이 좋다. 페이크 래시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눈꼬리 부근에만 연출해 나른하고 몽환적인 시선을 완성한 로다테처럼. 복고풍 속눈썹을 얼마나 모던하고 세련되게 재해석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셀린느와 랑방 쇼가 도움이 되겠다. 섬세한 누드 메이크업에 속눈썹만 강조한 두 쇼의 메이크업은 ‘미니멀 시크’ 그 자체니까.
클래식과 실용주의, 내추럴 코드가 압도적인 2020 F/W ‘핵노잼’ 시즌에 허락된 유일한 마약, 헤드피스의 주가는 이번에도 뜨겁다. 지난 시즌 스크런치와 바렛으로 1990년대의 바이브를 연출했다면 이번에는 볼드한 헤드밴드가 답이다. 주얼 디테일의 구찌부터 루이 비통, 랑방까지! 뻔한 연출보다는 펜디 컬렉션처럼 독특한 연출 방식을 곁들인다면 바로 ‘핵인싸’ 등극!
Cooperation www.imaxtree.com, @MAC, @NARS Assistant 하제경
에디터 박규연 | 업데이트 : 2020. 0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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